2026년 5월 17일, 39명의 북한 여자축구 선수단이 인천공항을 통해 대한민국 땅을 밟았습니다. 2018년 이후 무려 8년 만의 일입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이라는 이름을 달고 수원으로 향한 이 선수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축구 대회 참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 드립니다.
1. 왜 왔나? —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 토너먼트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에 참가하기 위해 방남했습니다. 대회는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단일 장소 집중 방식으로 열립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첫 번째 경기입니다. 5월 20일 오후 7시, 내고향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위민과 4강전 단판 승부를 펼칩니다. 남북 여자축구 대결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12년 만입니다. 7,000석 규모의 경기장은 이미 매진됐습니다.
2.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 — “8년 만”의 무게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방남은 2018년 12월 이후 처음입니다. 그 사이 남북 관계는 수차례 냉각과 경색을 반복했고,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완전히 봉쇄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방남은 더욱 이례적으로 느껴집니다.
입국 당시 선수들은 무표정 속에서도 긴장감을 내비쳤다는 현장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낯선 남쪽 땅에 발을 디딘 39명의 선수와 코칭 스태프.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어떨지 가늠조차 쉽지 않습니다.
3. 정부의 지원과 응원 문제 — ‘인공기도 한반도기도 없는’ 응원
정부는 이번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 선수단을 응원할 국내 민간단체들에 약 3억 원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남북 스포츠 교류의 물꼬를 트는 상징적 투자입니다.
그러나 응원 방식은 다소 어색합니다. 인공기(북한 국기)는 당연히 반입이 금지되고, 한반도기 역시 이번 경기에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흔들 깃발도 없는데 응원하러 간다”는 팬들의 반응처럼, 이 경기는 어떤 깃발보다 더 복잡한 감정의 무게를 안고 있습니다.
4. 마치며: 축구공 하나가 열어젖힌 문
스포츠는 때로 정치가 닫아버린 문을 살며시 열기도 합니다. 1971년 탁구공이 미-중 관계의 물꼬를 튼 ‘핑퐁 외교’처럼, 이번 내고향의 방남이 경색된 남북 관계에 작은 봄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축구 한 경기가 남북 관계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수원 경기장에서 울려 퍼질 함성은 분명 특별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이 같은 그라운드에서 공을 쫓는 그 순간만큼은, 우리는 하나의 한반도를 꿈꿀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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